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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을 가로막는 심리, 후회 회피

by 사카77 2025. 9. 12.

우리는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망설이며 멈춰 서곤 합니다. 오늘은 이처럼 당신의 선택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심리인 후회 회피의 원인과 구체적인 사례, 그리고 극복 방법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당신의 선택을 가로막는 심리, 후회 회피
당신의 선택을 가로막는 심리, 후회 회피

 

후회 회피의 두 얼굴: 행동의 후회 vs 무행동의 후회

후회 회피 심리를 이해하려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후회의 종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후회를 ‘행동에 대한 후회’와 ‘무행동에 대한 후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행동 후회는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충동적인 투자로 손실을 보거나, 신중하지 못한 말로 관계를 망친 경우가 해당합니다. 이 후회는 잘못된 결과가 명확하기에 단기적으로 매우 고통스럽고 강렬한 자책감을 동반합니다. 특히 투자에서 많은 이들이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실 회피’ 편향과 맞물려 이 행동 후회를 피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무행동 후회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놓쳐버린 주식, 고백하지 못한 사랑, 포기해버린 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후회는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안도감을 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만약 그때 용기를 냈더라면?’이라는 질문으로 더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행동 후회가 ‘잘못 쓴 답’이라면, 무행동 후회는 ‘백지 답안지’와 같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행동 후회를 더 강하게 느끼지만, 장기적으로는 무행동 후회를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낀다고 합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은 상상 속에서 미화되고 가능성이 무한해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즉, ‘해서 후회하는 일’은 교훈으로 남지만, ‘안 해서 후회하는 일’은 평생의 아쉬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발목을 잡는 후회 회피의 그림자

후회 회피는 우리 삶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투자, 연애, 이직이라는 세 가지 맥락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의 세계: ‘살 걸 그랬어’와 ‘팔 걸 그랬어’ 사이에서
투자는 후회 회피 심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입니다. 잠재력 있는 주식 앞에서 투자자는 두 가지 후회를 동시에 두려워합니다. 첫째는 투자했다가 폭락할 경우 겪게 될 ‘행동 후회’의 공포, 둘째는 투자하지 않았는데 주가가 폭등했을 때 느낄 ‘무행동 후회’의 공포입니다. 결국 이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기회를 놓치거나, 감정에 휩쓸려 최악의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연애와 관계: ‘헤어지면 후회할까?’라는 족쇄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오래된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어졌는데 더 좋은 사람을 못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후회 회피 심리는 이별이라는 행동을 막습니다. 현재의 불만족보다 ‘혹시나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미지의 공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그때 헤어졌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라는 무행동 후회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결국 후회 회피는 우리를 불만족스러운 현재에 안주하게 만들어 더 행복해질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커리어의 전환점: 안정과 도전 사이의 딜레마
안정적이지만 열정이 식은 직장과 불확실하지만 가슴 뛰는 도전의 기로에서도 후회 회피는 속삭입니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한 걸 평생 후회할 거야.”라며 행동을 막습니다. 하지만 도전을 포기한 채 수십 년이 지난 뒤, “그때 시도라도 해볼 걸…”이라는 깊은 무행동 후회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회 회피는 실패 없는 길이 아닌, 성공 가능성도 없는 길로 우리를 이끌곤 합니다.

 

후회라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4가지 생각의 전환

이 심리적 굴레에서 벗어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첫째, 제프 베조스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80세의 내가 인생을 돌아봤을 때,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을 더 후회할까, 아니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할까?”라고 자문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단기적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 후회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둘째, ‘하지 않는 것’의 비용을 명확히 계산하라.
우리는 행동의 위험은 크게 생각하지만, 행동하지 않을 때의 비용은 간과합니다. 투자를 안 해서 생기는 기회비용, 현재 직장에 머물러 잃게 될 성장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입니다. ‘현상 유지’가 결코 무위험 선택이 아님을 인지하면 더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최선의 선택’이 아닌 ‘만족스러운 선택’을 목표로 하라.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는 강박이 후회를 낳습니다.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의 말처럼 ‘만족자(Satisficer)’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선택지를 비교하며 '완벽한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최대만족자는 결정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막상 선택한 후에도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 전에 꼭 필요한 기준 몇 가지를 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넷째, 모든 선택을 ‘학습의 기회’로 재구성하라.
선택의 결과를 ‘성공/실패’가 아닌 ‘배움/성장’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잘못된 투자로 돈을 잃었어도 투자 원칙을 배우고, 이직한 회사가 기대와 달라도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깨닫는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닌 소중한 데이터가 됩니다. 모든 선택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으면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후회는 인간적인 감정이지만, 오지도 않은 미래의 후회에 대한 공포가 현재를 마비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삶은 정답이 정해진 시험지가 아니며, ‘후회 없는 삶’을 목표로 하는 순간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대신 ‘어떤 선택을 하든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두려운 것이 선택의 결과인지, ‘후회’라는 감정 자체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십시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 가장 크게 후회할 일은,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후회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은 수많은 ‘어쩌면’들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