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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더 큰 이유, 손실 회피

by 사카77 2025. 9. 12.

혹시 1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던 경험 없으신가요? 오늘은 이처럼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더 큰 이유인 ‘손실 회피’ 성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더 큰 이유, 손실 회피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더 큰 이유, 손실 회피

 

투자할 때 흔히 겪는 심리: 왜 손절매가 더 힘들까?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손실이 난 자산을 제때 팔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는 경험입니다. 가격이 매수 시점보다 하락하면,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한다’는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언젠가는 다시 오르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자산을 보유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손실 회피 성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해 10%의 이익을 얻어 110만 원이 되었을 때의 기쁨보다, 10%의 손실을 보아 90만 원이 되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기업의 미래 가치나 시장 상황과 같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매도 시점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손실 회피 심리에 사로잡힌 투자자는 현재의 ‘미실현 손실’을 ‘실현 손실’로 바꾸는 행위 자체에 극심한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결과,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피하려는 비합리적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이 발생한 자산의 경우에는 너무 빨리 팔아버리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약간의 이익이라도 ‘확정’함으로써 얻는 안정감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불확실성보다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10% 수익에 만족하고 매도했는데, 이후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는 것을 보며 후회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것 역시 손실 회피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즉, 더 오를 수 있었던 이익을 놓치는 것(잠재적 손실)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지요.

이처럼 투자 시장에서 손실 회피 성향은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손실의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부르거나, 얻을 수 있었던 큰 이익을 놓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인지하고, 감정적인 결정보다는 사전에 정해둔 원칙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중고 거래에서 나타나는 심리: 내 물건은 더 비싸 보이는 이유

손실 회피 성향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유 효과’입니다. 소유 효과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 객관적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내가 가진 물건을 파는 행위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소유물을 잃는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5만 원을 주고 산 커피 머신을 중고로 판매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판매자인 당신은 최소 4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같은 커피 머신에 3만 원 이상 지불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매자에게는 이 커피 머신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나의 소유물’이자 애착이 깃든 물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잃는다는 손실감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게 만듭니다. 반면 구매자에게는 여러 물건 중 하나일 뿐이므로 객관적인 시장 가격에 따라 가치를 평가합니다.

이런 가격 차이는 바로 손실 회피에서 비롯됩니다. 판매자는 ‘내 물건을 잃는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구매자는 ‘돈을 쓰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발생하는 심리적 간극 때문에 중고 거래 협상이 쉽게 결렬되기도 합니다.

리처드 탈러 교수의 유명한 머그컵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머그컵을 무료로 주고, 다른 그룹에는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머그컵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얼마에 팔 의향이 있는지,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머그컵을 소유한 그룹이 제시한 평균 가격은, 머그컵을 받지 않은 그룹이 제시한 평균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단순히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이는 내 것인 순간부터 잃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강력한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할인·마감 문구가 끌리는 이유: 놓치면 손해라는 착각

“오늘까지만 할인!”,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문구는 쇼핑할 때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문구들은 소비자가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는 손실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 눈여겨보던 코트가 30% 할인된 가격에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지금 사면 절약할 수 있다”는 이익보다, “지금 사지 않으면 할인 기회를 잃는다”는 손실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손실은 이익보다 두 배 이상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후자의 심리가 훨씬 더 강력한 구매 동기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마감 시간’이나 ‘한정 수량’과 같은 제약 조건은 손실 회피 심리를 극대화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은 차분히 비교·분석할 기회를 빼앗고, 소비자는 눈앞의 손실을 피하려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의 타임 세일이나 방송 중 한정 구성에 급히 구매 버튼을 눌렀던 경험이 있다면, 모두 이러한 심리가 작용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손실 회피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흔들고, 불필요한 지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이런 유혹에 노출되고 있으며,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충동적 소비의 덫에 걸리기 쉽습니다.

 

손실의 고통을 이해하면 더 현명해진다

손실 회피는 진화 과정에서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형성된 자연스러운 심리적 성향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종종 우리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덫이 되기도 합니다. 이익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이를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비합리적인 선택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는 손실의 고통 때문에 무작정 버티는 대신, 사전에 정해둔 원칙을 기계적으로 지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고 거래에서는 내가 판매자라 하더라도 구매자의 관점에서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쇼핑할 때는 ‘놓치면 손해’라는 조급함보다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자문해야 합니다.

 

손실 회피 성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이해하고 인식한다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판단을 흐릴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오늘의 이 정보를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